병원에 있다 보면 환자들의 공통점 한 가지를 발견한다.
너무나 놀랍고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이런 적 처음이에요....” “정말 이상하네요”“이런적이 없었는데!”
제3자가 보았을 때 그저 흔한 노화의 현상일 뿐인데 막상 자신의 일이 되면 잘 와닿지 않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 몸의 구석구석 명칭을 알아가게 된다..
이상근, 족저근, 회전근, 손목터널 등등 아픈 부위의 이름을 병원에서 듣고 나면 그때부터 그 이름이 곧 친숙해진다
어느 날인가 자려고 누웠다가 문득 들린 것 같은 문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안전을 확인하고 다시 누웠는데 눈에 뭔가 들어간 듯 매우 불편하더니 곧 통증으로 변했다.
물로 씻고 안약을 넣어도 더욱 심해지기에 할 수 없이 응급실에 갔는데
눈이 건조해서 눈을 뜰 때 안구의 제일 바깥 부분이 뜯겨나갔다며 매우 아프겠다고 했다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좀 신기하게 느껴진다.
아이러니하게 그 기억과 동반되어 떠오르는 단어는 ‘양손의 협응이다’
태어나서 양손에 가해지던 양수의 그 적당한 저항이 사라져 아기는 자기의 움직임에 자기가 놀란다
그래서 갓 태어난 아기는 속싸개로 적당히 싸주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랬던 아기 팔이 점점 그 움직임에 익숙해지다가 수많은 반복 끝에 양손의 협력으로 무언가를 잡고, 맞추고, 먹게 되는 과정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아기들의 성장 과정을 기쁨과 경이로움으로 받아들였던 것처럼
내 몸의 노화를 기쁨은 아니더라도 신비롭게, 그리고 잘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건강을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그런 의미보다는 예전에는 노화로 인한 통증이 올 때마다 인정하기 싫고, 두렵고, 화가 났었는데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다는 걸 깨닫고 내 몸의 변화를 이제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서 장례식도 멋지고 아름답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기가 태어나 돌잔치를 하고, 자라서 결혼을 하게 될 때마다, 자라온 사진과 동영상을 띄우며 그들의 시간과 경험을 함께 나누지 않는가
그 아름다웠던 인간이 인생에 마지막으로, 지인들을 부르게 되는 날이다
종종 얼굴도 모르는 분의 장례식을 가게 된다..
영정 사진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오셨을지 잠시 생각하곤 한다.
그때 그분의 글이나, 더 많은 사진, 영상들을 통해
어떻게 사셨는지, 누구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는지,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은지 등등을 보게 된다면
가시는 분과, 보는 사람에게 더 뜻깊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가끔 나의 장례식을 설계하는 공상을 한다.
메멘토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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