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에 대해 한편에서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블록체인의 기술의 미래를 고려해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과연 무엇이 맞는 말일까?
비트코인에 대해 대표적인 회의론자로 폴 크루 먼(Paul Krugman) 교수가 꼽힌다. 그는 2013년 뉴욕타임즈에 ’비트코인은 악이다(Bitcoin is Evil)‘라는 글을 썼다. 비트코인은 정상적인 화폐가 아니라 중앙은행 시스템을 공격하려는 정치적 동기가 있고 금에 대한 물신주의 (gold fetish)와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비트 코인 이 탄생한 배경과 탈중앙화라는 개념을 생각해보면, 이를 악이라고 비난하는 처치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현존하는 국가와 화폐 시스템을 부정하는 것으롤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워렛 버핏은 “비트코인은 진정한 버블 상태”라며 거품 위험을 경고했다.
비트코인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므로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며, 가치평가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진정한 거품이라고 말했다. 전 연방준비제도 (Fed) 의장 재닛 옐런(Janet Yellen) durtl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적인 자산 (highly speculative asset)”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오랫동안 논의되어온 민간 화폐라고 주장한다. 하이에크 등을 배출한 오스트리아 학파의 철학과 비트코인의 지향점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학파는 중앙은행 통화정책을 비판했으며 일부 경제학자는 상품화폐, 즉 금본위제를 주장했다. 비트코인의 발행량은 총량이 2,100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다. 채굴량이 한정된 금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의 모태가 오스트리아학파의 화폐 이론일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짐바브웨나 베네수엘라처럼 경제, 정치 상황이 불안하거나 통화가치가 급락한 국가에서 비트 코인의 선호도가 높다. 이런 상황을 보면 통화가치 급락에 대비한 대체 투자 측면에서 비트코인을 화폐가 아니라 금과 같은 디지털 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암호화폐 회의론자들은 “암호화폐는 화폐 본연의 기능인 교환과 가치척도의 기준이 될 수 없으므로 화폐가 아니다”라고 한다. 그런데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상점과 암호화폐 형태로 기부할 수 있는 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암호화폐는 화폐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암호화폐를 이용해서 실제 교환이나 기부를 해 보임으로써 반작한다. 이렇듯 암호화폐는 화례의 기능이 있으므로 화폐가 아니라고 단정하 기는 어렵다.
회의론자들은 비트코인은 가치를 담보해주는 자산이 없으므로 불안정하고 위험하다고 말한다. 과연 은행 예금은 안전할까? 우리는 보유하고 있는 통화를 은행에 예금의 형태로 보관하는데, 은행은 이 예금을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대출해준다. 그런데 만약 어떤 사태가 발생해서 사람들이 일시에 예금을 찾으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은행은 파산하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은행 예금 역시 가치를 담보로 하는 실물자산이 없고 국가가 보증하는 법정통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 예금은 법정통화가 아니다. 은행 예금 역시 은행의 전산망에 기록되어 있는 데이터(정보)이고, 전산화된 화폐일 뿐이다. 국가가 보증하는 법정 통화는 지폐와 동전과 같은 현금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암호화폐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암호화폐와 은행 예금은 관리의 주체가 은행이냐 참여자 모두이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오히려 전쟁과 같은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는 손쉽게 국경을 넘을 수 있는 비트 코인 이 더 안전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중세 유럽의 대항해 시대, 장기간의 항해를 하는 선원들은 비타민C의 부족에서 오는 괴혈병에 시달리다 죽고는 하였다. 시름시름 앓던 선원들이 우연히 오렌지를 먹고 병이 나았고 오렌지는 괴혈병을 낫게 하는 약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의사들은 오렌지는 약이 아니라며 의사의 처방에 따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경고하였다.
비트코인이 화폐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은 법정화폐는 아니지만 화폐의 기능이 있고, 화폐라고 믿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다.
화폐는 보관할 수 있어야 하고, 가치를 산정할 수 있어야 하며, 거래가 가능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화폐 기능의 3요소라고 부를 수 있다. 가장 잘 알려진 비트코인을 예로 들어보자. 첫째 비트코인은 ’ 월렛(wallet)’이라고 부르는 전자지갑에 보관할 수 있다. 둘째, 비트코인은 화폐의 액면가가 없지만, 최소 단위를 1억 분의 1까지 설정할 수 있다. 즉 화폐로는 측정하지 못하였던 아주 작은 가치까지도 척도를 산정할 수 있다. 셋째, 비트코인은 거래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래하는데 수수료도 들지 않는다.
이 세 가지 측면에서 비트코인은 화폐 기능의 3요소를 만족하고 있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받지 않는 상점이 많으므로 사용에 제약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신뢰가 쌓인다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이다.
피카소의 그림은 왜 가치가 있을까? 유한한 존재이며, 사람들이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한하다는 측면에서 총발행량이 유한하게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이 무제한으로 발행이 가능한 법정화폐보다 더 가치 있을 수 있다. 법정화폐도 사람들의 신뢰가 없다면, 그림이 그려진 종이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 종이는 재화와 교환할 수 있고, 서비스의 대가로 지급할 수 있다. 비트코인 역시 마찬가지이다.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재화와 교활할 수 있고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지급할 수 있다.
화폐가 교환의 매개체가 되려면 화폐에 대한 거래 당사자 간의 공감대 또는 신뢰가 필수인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신뢰가 쌓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는 사람과 사람 간의 막연한 선의로서 신뢰라는 의미가 아니다. 경제적 이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믿을 의미 한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화폐를 금과 같은 내재가치가 있는 물질로 만들지 않아도 사람들이 화폐에 가치가 있다고 선언하고, 믿고, 신뢰하면 그렇게 된다고 하였다. 즉 돈에 가치를 부여하는 주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거래 당사자 또는 사회 구성원 간의 합의와 신뢰가 있다면 암호화폐 역시 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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